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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 벗 - 삼거리 가게 ① 고담 상회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09. 10. 15. 16:55

길목 벗 - 삼거리 가게 ① 고담 상회
현산·송지·완도 길목에 있어 언제나 '북적'
2009년 10월 12일 (월) 10:53:51 해남신문 hnews@hnews.co.kr

예전 삼거리에 위치한 가게는 언제나 길손들로 붐볐다. 그러나 교통이 발달하면서 하나둘 사라지더니 지금은 쓸쓸한 농촌의 한 귀퉁이를 지키는, 길손들에게 추억을 전하는 곳으로 변했다. 해남에 남아있는 삼거리 가게를 연재한다.

   
 
  현산면 고담상회는 40년 넘게 주변 마을사람들을 비롯해 삼거리를 지나는 나그네의 길벗 역할을 하고 있다.  
 
명절 때는 녹초, 동네 초상나면 물건이 바닥

막걸리 한잔으로 시원한 목을 축일 수 있었던 삼거리 가게. 40여 년 전에 자리한 현산면 고담상회는 주변 마을사람들의 쉼터이자 나그네의 길벗이었다.

양은 주전자 들고 막걸리를 사려온 꼬마손님들부터 막걸리 한잔 걸치고자 이른 아침부터 가게를 찾는 어른 손님들, 갖가지 생활용품을 구입하려는 아낙네들.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손님을 맞을 때가 엊그제 같았던 가게.

명절 때는 어찌나 손님이 몰려들든지 과일상자 없어져도 알 수가 없을 정도,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녹초가 된 채 문을 닫았지만 그래도 수입이 제법 많아 돈 세는 재미가 쏠쏠했던 일도 과거가 됐다.

현산과 송지 완도 길목 삼거리에 위치한 이 가게는 버스표를 팔았던 덕에 송지에서 완도를 가기위한 사람들이 버스를 갈아타던 중간기착지였다. 때문에 송지장이나 완도 및 월송장을 보기위한 사람들로 연일 북적거렸고 손님들도 인근 마을사람 외에 송지 완도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를 갈아타는 중간 기착지다보니 막차를 놓친 사람들도 숱하게 재워주게 됐는데 젊은이들의 경우 수년이 흐른 후 감사하다며 고기를 사들고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하룻밤 신세지는 노인들의 경우는 밤사이 수차례 화장실을 찾는 바람에 녹초가 된 몸으로 화장실까지 안내하는 수고도 숱하게 했다고.

농번기 때는 빵과 우유, 음료수가 가장 인기가 높았고 동네에 초상이 나면 가게가 텅 빌 정도로 물건을 사갔다고 한다.

고담삼거리는 목이 좋아 한때 4개의 가게가 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그러나 20년 전부터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고담상회 만이 삼거리 길목을 지키고 있다.

찾는 손님이 뜸해 문을 닫고 싶지만 담배 사러 오는 손님들이 있고 인근 노인들이 가끔씩 찾아오기에 예전과 같이 새벽 5시 30분이면 문을 연다.

주인인 강봉임(66)씨는 이곳을 거쳐 간 모든 이들이 그립다며 많은 이들의 추억이 담긴 가게를 계속해서 지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