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중인 올 2월까지도 차명계좌 이용 착복행위 계속
두 얼굴의 여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장씨의 횡령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장씨는 2001년 3월 읍사무소로 온 이후 2002년 6월부터 보조금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먼저 장씨는 전산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사실을 이용했다. 현재의 전산 시스템은 중복계좌가 가능하게 돼 있다. 계좌번호가 동일해도 이름만 다르면 그대로 수용되는 시스템의 허점을 철저히 이용한 것이다. 따라서 장씨는 같은 계좌번호에 이름만 다른 통장을 많게는 9개, 적게는 1~4개까지 관리했다. 이렇게 만든 통장이 34개였다. 통장은 자녀에서부터 동료직원, 친인척, 수급자 등 너무도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도용했다. 장씨가 도용했던 통장이름 중에는 수급자도 있고 비수급자도 있었다. 비수급자의 경우 장씨는 이들을 수급자로 등록해 돈을 빼돌렸고 수급자의 경우도 지능적으로 돈을 빼돌렸다. 수급자는 인지능력이 낮은 사람을 선택했다. 그 사람 명의의 통장을 2개 만들어 군에서 돈이 들어오는 통장은 자신이 관리하고 자신이 임의로 만든 통장은 수급자에게 줬다. 군에서 월 50만원이 입금되면 수급자에겐 20만원을 주는 수법을 쓴 것이다. 또 수급자 중 병원에 입원 할 경우 주거 급여가 나가지 않는 점도 이용했다. 8년간 같은 업무를 봤던 장씨는 수급자 상황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수급자 중 장기간 병원에 입원한 경우가 생기면 입원 사실을 숨기고 주거 급여를 자신이 임의로 만든 수급자 통장으로 들어오게 했다. 사망한 수급자 보조금도 사망사실을 숨기고 챙겼고 전출한 수급자도 전출사실을 숨기고 보조금을 대신 타 먹었다. 또한 자신이 관리한 수급자의 등급을 임의로 높여 그 차액도 고스란히 챙겼다. 또한 장씨는 임의로 만든 34개 통장 이름을 수시로 바꿨다. 동일한 계좌에 사람 이름만 수시로 바꾸는 식으로 통장을 관리해 왔는데 7년간 장씨가 도용한 사람만도 785명, 월 평균 7~9명의 이름을 도용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읍사무소로 가기 전 군청민원실에서 근무하던 당시 알았던 통장도 도용했다. 당시 장씨는 팩스업무를 담당했는데 민원실 공동명의로 사용했던 세수입 통장을 2회에 걸쳐 도용한 것이다.
많을 때는 월 2~3천만원까지
그렇다면 장씨의 보조금 횡령 규모는 얼마일까. 지금까지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진 장씨의 보조금 횡령은 2002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0여억원이다. 그러나 장씨의 보조금 횡령은 올 2월까지 계속됐다. 장씨는 2007년 9월 이후 34개나 되는 임의통장을 4개로 축소했다. 장씨가 통장 개수를 줄인 것은 당시 목포에서 공무원 보조금 횡령사건이 발생하자 정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통장 개수가 줄고 횡령액수가 줄어들지만 장씨의 공금횡령은 여전했다. 장씨는 장애인과 신용불량자, 장기입원환자, 친척명의로 된 통장 4개를 관리하며 올 2월까지 보조금 횡령을 지속해온 것이다. 올 2월까지 횡령한 보조금이 모두 밝혀지면 장씨가 수령한 보조금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처음 200~300만원 횡령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의 횡령사실이 밝혀지지 않고 욕심까지 동한 장씨는 월 2000~3000만원까지 횡령하는 대범성을 보인다. 장씨가 가장 많은 보조금을 횡령한 때는 2006년에서 2007년 7월 이전, 7월 이후 액수는 줄어들지만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된 올 2월까지도 지속된다.
전산허점 철저히 이용
7년간 공금을 횡령했는데도 왜 적발되지 않았을까. 가장 큰 원인은 전산시스템의 허술함이다. 동일한 계좌를 9개나 사용했는데도 검색되지 않는 전산시스템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장씨는 누구인가
누구나 인정했던 친절한 여공무원
현재까지 밝혀진 액수만 해도 10억800만원, 사회복지사 장씨는 누구인가. 읍사무소 사회복지 담당공무원 장씨는 친절하고 일 잘하는 공무원으로 통했다. 민원한번 생기지 않을 정도로 수급자들에게 친절했고 읍사무소를 찾아온 민원인의 민원처리도 손수 찾아 해결해 줄 정도로 모범적인 공무원이었다. 동료들이 말하는 장씨는 업무처리도 빠르고 깔끔한데다 직장 상사에게 깍듯이 대해 그야말로 이쁨 받는 공무원의 대명사였다는 것이다. 그런 평가를 받았던 장씨가 수급자에게 돌아갈 보조금을 7년 동안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자 읍민과 공무원 모두 너무도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7년간 두 얼굴의 공무원이었던 장씨의 행각은 서울시 양천구청 사회복지사 보조금 횡령사건 이후 전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감사에서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그 많은 돈 어디에 썼을까
군, 장씨 재산추적 들어가
현재 장씨 부부의 재산 규모는 공시지가로 4억 원 정도. 다른 제3의 이름으로 빼돌린 재산도 있을 것으로 추측되나 이는 수사결과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횡령한 보조금을 해외여행과 친정어머니(지난해 사망) 병원비 등에 썼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정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조사한 결과 병원비는 2000만원 정도, 장씨가 주장한 5억원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장씨 가족은 해남군과 경기도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해남 읍면 곳곳에 임야 등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승용차 2대와 미국산 고급 오토바이인 할리데이비슨도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까지 파악된 재산규모로는 횡령한 공금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현재 군은 장씨 가족 재산 추적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경찰은 장씨 외에 남편 김모씨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11일 남편이 근무하는 군청과 집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남편의 혐의사실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가 남편 명의로 이용한 차명계좌가 확인된 데다 남편도 이에 관련됐다는 사실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은 장씨 명의의 재산 압류에 이어 남편의 공모 여부가 밝혀지면 남편 명의의 재산도 압류할 계획이다. 또한 군은 각 읍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연수 조사에 들어갔다. 장씨 사건이 한 직에 너무 오래있었던 점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높자 순환보직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횡령사실 밝혀진 이후
곤혹스런 공무원들
장씨 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공무원은 해당 직종 상사들이다. 특히 퇴임하지 않고 현재 공직에 몸담고 있는 상사들은 부하직원이 공금횡령을 몰랐다는 점 때문에 좌불안석인 상태다. 그동안 장씨의 상사로 있었던 계장과 읍장은 각각 5명, 계장과 읍장 3명은 각각 정년퇴임한 상태다. 김충식군수도 장씨가 근무할 때 읍장으로 재직했고 올 1월 장씨를 7급으로 승진시킨 장본인이라 불편한 심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장씨를 한 곳에 너무 오래 동안 근무토록 한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군 인사담당자는 해남읍사무소 사회복지업무는 수급자가 많아 사회복지사들이 기피하는 곳인데 장씨는 이곳을 원해왔기 때문에 장기 근속하게 된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동료직원들은 장씨가 눈에 띠일 정도로 업무처리가 매끄럽고 동료들과 상사들에게 너무도 잘 보인 점도 장기근무 배경이라고 말했다. 처신에 능했던 장씨는 2001년 기능직에서 사회복지사로 특채가 된 후 올 1월 7급으로 고속승진까지 했다.
복지직 공무원들 귀가도 못하고 장씨의 보조금 횡령사건으로 군청 주민생활지원과를 비롯 읍면 사회 복지직 공무원들의 날 새는 업무도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 양천구 사건이후 1개월 가까이 감사를 받았던 복지직 공무원들은 장씨 사건이 터지자 아예 집에 귀가하는 것을 포기한 상태이다. 복지직 공무원들이 장씨 중복계좌를 찾는 데만 1주일, 현재 군청 상황실에서 감사업무를 시작한 감사원 조사에 응해야 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그리고 장씨가 횡령한 돈 중 수급자에게 돌아갈 몫을 찾아야 하는데도 며칠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전 읍면 복지직들은 문화예술회관 5층 전산실을 통째로 빌려 수급자 명단과 재산규모 등을 파악하며 수급자 피해액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군청을 비롯 전 읍면 복지직들이 자신의 업무를 미룬 채 장씨 사건에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장씨가 횡령한 10억이 넘은 군 재산을 되찾아야하는 것도 주민지원생활과 직원들의 몫이다. 현재 장씨의 재산은 가압류한 상태이지만 대부분의 재산이 남편 명으로 돼 있어 부부 재산규모만 파악한 상태다.
서울 양천구 사건여파로 덜미 한편 장씨 보조금횡령 사건 단서는 서울 양천구청 사회복지직 횡령사건에서 시작됐다. 이 사건이 터지자 전남도는 전남 시군 지자체를 대상으로 1개월 전부터 감사를 벌렸다. 전남도 감사 결과 2006년도에 장씨가 6명의 중복계좌를 사용한 점이 포착됐다. 이에 전남도는 해남군에 담당직원들의 소명자료를 요청했고 제출된 장씨의 소명자료는 너무 미흡했다. 전남도는 장씨가 읍사무소에 근무했던 전 기간의 계좌를 추적했고 수많은 단서가 잡히자 감사원에 사건을 넘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