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어긴 예산안도 그대로 승인

절차 어긴 예산안도 그대로 승인

2008년 12월 29일 (월) 13:21:12 박영자 기자 hpakhan@hnews.co.kr

군의회, 표결까지 강행하며 법어긴 예산안 통과 상임위에선 부결 그러나 숫자로 밀어부쳐 해남군의회가 2009년도 해남군 본예산 심의과정에서 집행부에서 절차를 밟지 않고 편성한 예산안을 승인해줘 의회 본연의 역할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번 예산심의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것은 220억원이 투입될 고천암 생태공원 조성사업비 10억원과 5일시장 내 주차장 확보 예산 10억원이었다. 당초 이 예산을 심의했던 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고천암 생태공원 조성사업은 투융자 심사를 거치지 않았고 5일시장 주차장 신설도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세우지 않는데다 사전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점을 들어 예산안을 삭감했다. 2009년 예산심의 과정에서 군의원들은 법 절차를 밟지 않은 예산안은 삭감하자는 잠정적 원칙을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군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는 고천암과 5일시장 관련 예산을, 총무위원회에서는 조례가 미 제정된 신생아 건강보험지원 사업비를 먼저 삭감했다.  그러나 집행부에서 고천암 생태공원 조성사업비와 5일시장 주차장 확보예산안 삭감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오자 상황은 일변했다. 먼저 집행부의 반발은 김충식군수가 군의회가 증액한 사업예산에 대해 동의를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지난 18~19일 열린 예결특위가 김군수의 동의권 거부로 두 차례나 연기되자 군의원들은 의회를 무시한 행위라고 반발, 군수의 증액 동의안이 없으면 의회에서 삭감한 예산안만으로 예산심의를 마치자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19일 오후 속개된 예결특위에서 몇몇 의원들이 집행부 안을 들어주면서 결국 이 안은 표결로 부쳐서 집행부 안대로 승인하게 됐다.  그런데다 표결과정에서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자신의 상임위에서 이미 삭감 의결했던 사항을 뒤엎고 집행부 안을 승인해 주자는 데로 표를 던져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결국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 이번 예산심의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하반기 군의회 원구성으로 불거진 갈등이 다시 재현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하반기 원구성을 주도한 의원들이 사전에 입장을 통일한 후 집행부의 손을 들어준 반면 나머지 의원들은 원칙을 주장하며 삭감을 요구했던 것. 따라서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 보여준 군의원들의 모습은 그동안 의회에서 사라졌던  파벌주의 문제점을 다시 드러내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절차를 무시한 예산안이 동료의원들에 의해 승인되자 이종록의원은 법을 제정하는 의회가 법 절차를 어긴 예산안을 승인해주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