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신문/해남을빛낸사람들

정철웅(환경운동가, 현 광주과기원 감사)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11. 6. 29. 10:34

정철웅(환경운동가, 현 광주과기원 감사)
'지속가능한 발전'보다 '녹진화'제시
2011년 06월 03일 (금) 16:57:37 해남신문 hnews@hnews.co.kr
   
 
  올 10월에 광주에서 열릴 '2011도시환경회의'에서 채택 할 '광주선언문' 작성기초위원장을  맡은 정철웅감사. '지속가능한 발전'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녹진화'의 개념을 선언문에 담을 것이라고 한다.   
 

일본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누출과 경북 왜관 캠프캐럴 기지 고엽제 매몰 의혹 등 유난히 환경보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던 올 봄이었다. 환경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은 이것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우리 삶에 불안감을 드리운다. "우리가 과연 하나뿐인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때마침 내일 모레 6월5일이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 지구환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스톡홀름에서 113개국 대표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는 <오직 하나뿐인 지구>라는 주제로, 그 날 회의에서 유엔인간환경선언을 채택했고, 유엔 내의 환경전문기구(UNEP)를 설치하며, '환경의 날' 정해 환경논의를 정례화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니까 환경의 날은 전 세계인이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념하기로 정한 지구적인 기념일이다.
 해남읍출신 정철웅 전 광주전남환경연합의장(64. 현 고문)은 여러 이력이 화려하지만 환경운동가로 훨씬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가톨릭회관 7층에서 김지하 시인의 "인간들은 지구에서 주인행세를 하면서 동식물들을 주변화하고 있다"는 강연에 필이 꽂혀 평생 환경운동에 몸 바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낙후된 고향 해남을 생각할 때 환경이 좀 훼손되더라도 관광 쪽으로 발전전략을 짜야하지 않느냐는 다수의 의견에도 그는 '아니다'고 일침을 가한다. 모두들 바라고 떡고물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J프로젝트도 그의 눈을 통해서보면 협잡이 많이 섞여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의 짐을 벗고 지금은 광주과학기술원 감사로 또 다른 중책을 맡고 있는 그를 집무실로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안녕하십니까? 오랜 세월 낯익게 들어온 환경운동가 정철웅선생님을 이곳에서 뵈니 좀 의외네요.
그런가요? 상임은 아니고요. 지난해 10월부터 전임자의 추천으로 이곳에 와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본업을 환경운동이란 생각을 벗지 않고 있어요.

'환경의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크나큰 환경문제가 많이 불거졌죠?
그렇죠. 후쿠시마원전피해로 인한 방사능누출사고를 비롯해서 경북 왜관미군기지뿐 아니라 또 다른 미군기지인 춘천 캠프페이지에서도 고엽제를 살포, 폐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굵직한 환경뉴스가 많았는데 저는 그보다도 4대강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산강을 살리는 방법은 하천을 준설하고 둑을 쌓는 것이 아니라 개천과 지천부터 살려놓고 보아야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지요. 올 1월에도 영산강사업 6공구 준설공사현장인 서창교 주변에서 물고기 수 백마리가떼죽음 당하고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폐사 직전인 모습으로 발견되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얼마 전 광주·전남지역의 방사선 수치가 평상시보다 4~5배, 서울의 30배 이상 높게 나타나 지역주민들이 방사능 공포로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고 광주환경운동연합이 발표를 했는데요. 오랫동안 몸담고 계신 광주환경운동연합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환경운동연합은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공해문제연구소에서 시작한 환경오염 피해자 중심의 반공해운동이 '공해추방운동연합(공추련)'으로 이어지면서 당시 공추련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열린 공간에서 대중적인 환경운동을 펼쳤습니다. 공추련의 창립 직후 부산, 광주, 목포 등 전국에서 환경단체들이 하나, 둘 연이어 만들어지고 전국적 연대로 연합체를 결성하게 된 것이죠. 현재 지역에는 광주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서 환경조직이 51개에 이르고 시민환경연구소, 환경법률센터, 환경교육센터, 월간 '함께 사는 길', 시민환경정보센터 등 전문성과 대중성을 높이기 위한 전문기관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나 뿐인 지구'라는 명제는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그 사실성 때문에 섬뜩한 느낌을 주는데, 과연 인류는 '하나뿐인 지구'를 보존하고 잘 지켜낼 도덕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요즘입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오늘날 세계적으로 지구환경이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재앙이 잦은 것은 그냥 생긴 자연재해가 아닙니다. 지금 지구 3대 환경의 문제는 화석연료의 과다사용, 숲의 파괴, 그리고 쓰레기 양산입니다. 그런데 이상기후만 해도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 틀려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인 것, 즉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거죠. 친환경을 앞세우는 '편리한 거짓말'도 난무합니다.

대중 강연은 물론 활발한 신문기고, 그리고 방송을 통해서 환경의 중요성을 역설하시고, 특히 해남발전방안의 하나로 추진되는 J프로젝트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셨는데요. J프로젝트, 즉 해남을 포함하여 목포 무안일대 서남해안 개발은 무엇이 문제입니까?
앞서도 얘기를 했지만 국민들이 '불편한 진실'과 '편리한 거짓말'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을 해야 합니다. 서남해안 개발, 즉 J프로젝트니 뭐니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관광 레저 기업도시만들기'예요. 골프장을 만들고 호텔이나 카지노를 유치해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오자는 것인데 저는 우리 고장 해남, 완도, 진도 일대는 그야말로 '지붕 없는 박물관'이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어떻게 잘 보존해야할 것인가가 나와야하는데 개발얘기만 하고 있으니 난감하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적재적소에 이뤄지는 공영개발은 저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난개발, 사개발은 철저히 막아야죠.

선생님의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어떤 경로로 환경운동 쪽에 관심 갖고 몸을 담게 되셨는지요?
해남동초등학교 2학년 때 서석초등학교로 전학을 와서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 졸업 후 광주에서 쭉 직장생활을 했는데 환경운동은 김지하 시인 때문에 알게 되었어요. 그 분이 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광주에 와서 강연을 많이 했거든요. 보통 가톨릭센터 강당에서 수백 명씩 빽빽이 모여 강의를 들었는데 그 분의 '생명사상'이랄까, "동물과 식물, 그리고 우주는 하나다. 인류는 이들과 함께 공존해야한다"는 내용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어요.

연 보

● 1947년 해남군 해남읍 해리출생
● 해남동초등학교 2년 마치고 광주서석초등학교 전학 졸업
● 광주동중학교, 광주고등학교졸업
●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경 력

● 미원(주)교육훈련 주임
● 화천기공(주)총무과장, 기획과장
● 무등양말(주)기획관리실장, 상무
● (주)와이엔텍 광주지사 고문
● 전남대학교 상임감사
● 한국전력기술(주)사외이사
●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감사

 사회활동

● '내일신문' 광주전남운영위원장
●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 현재 5.18기념재단 감사(비상임)

 주요저술 및 기고

● '잣대꽝 세상(2004. 10)
● 내일신문, 광주일보, 전남일보 등 칼럼 110여회
● 현재 '남도투데이'(KBS라디오)환경시사 방송 중


고향에는 자주 가시는지, 고향에서 느끼시는 요즘 정서는 어떻습니까?
아. 물론 자주 가지요. 고향이니까. 그런데 저는 모 신문에 '해남의 브랜드가치는 추락 중'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어요. 해남엔 '천일관'을 비롯해서 윤 씨, 민 씨 가문도 브랜드가 될 수 있고 대흥사나 토말, 울돌목, 진양 주, 한눈에 반한 쌀, 황토고구마 등 브랜드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선조들이 쌓아놓은 격조 높은 브랜드들이지요. 또 브랜드가 거국적으로 훼손된 사건들도 있습니다. 돈 선거로 인한 기관장들의 구속, 사회복지기금 횡령사건 등 같은 거 말입니다.
한마디로 해남의 1순위 브랜드는 '천혜의 자연생태'이며, 이를 키우고 가꿀 책임은 1차적으로 지자체 단체장에게 있는데 그동안 이를 위한 노력들이 많이 이뤄졌다고 하나 저는 다분히 '헛손질'수준이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앞으론 좀 나아지겠죠.

그래도 해남의 자연과 풍광은 '개발의 횡포'에서 빗겨간 듯 원초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서 보시는 해남의 가장 멋진 곳 세 곳을 고른다면?
뭐 10개라도 고를 자신이 있지만 첫째, 송지면 어란 마을에서 바닷가 토말을 거쳐 완도 초입까지 이르는 해안가 도로입니다. 분명히 니스보다도 아름다워요. 도로 주변에 꽃과 나무를 더 심고 이곳을 달리는 차들은 40km정도로 속도제한을 해야 합니다.
둘째는 산이면 황토밭과 길인데요. 비산비야(非山非野), 산도 아닌 것이, 들판도 아닌 것이 왜 그렇게 가슴 저리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대흥사 숲길과 미황사 뒤쪽 진불암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어떤가요. 가을에 가도 좋고 여름에 가도 좋고, 바다와 들녘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멋진 풍광에 아마도 모두 놀랄 것입니다.

이렇게 환경을 염두에 두시고 고향의 브랜드가치를 염려하시는 모습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앞으로 더 하시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올 10월에 광주광역시와 UNEP(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시가 공동 주최하는 세계 100여개 도시 정상들이 모이는 '2011 UEA(도시환경협약)광주정상회의'가 광주에서 열리게 됩니다. 'Green City, Bet-ter City'를 주제로, UNEP와 지방정부가 연계하여 환경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죠.
여기서 2011도시환경회의 '광주선언문'을 채택할 것인데 선언문작성기초위원장을 제가 맡았습니다. 이 선언문에 저는 소위 '녹진화'라는 개념을 담고 싶어요. 인류사회 변천에 따른 주요화두는 산업화, 민주화, 자본화, 도시화, 세계화, 정보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화두들은 빈곤, 갈등, 오염, 양극화, 비인간화 등 각종 사회모순을 야기 시켰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명제가 나왔는데 이것은 경제성, 사회성, 환경성이라는 세 영역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녹진화'는 이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보전의 가치, 자연보전의 가치, 공동체보전의 가치, 미래보전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도시관리행정의 준거도 녹진화에 둘 것을 선언문에서 강하게 드러내려는 거죠.

<김원자 편집고문·언론인·호남대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