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참으로 먼 길 달려 왔구나 더욱 멀리 천리 길을 달려가고 있구나 남녘땅 내 고향 해남 대흥사에 들어선 듯 둥 두웅 울려 퍼지는 종소리, 저 종소리 그래 그래, 내 고향 해남 가는 길 이곳에서 펴내는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지금도 우슬재 산마루에서 아들아 아들아 부르시는 하얀 저고리 어머님이 서 계신다 이랴 이랴 쟁기질 하시는 아버님 목소리 들린다 옛사람들 무덤가에서 홀로 참깨를 터시는 할머니 "아가야, 참깨를 털 때는 모가지까지 털어서는 안된다"고 지금도 내게 와서 꾸중하신다 그래 그래, 내 고향 해남 가는 길 이곳에서 펴내는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하얀 저고리 그 눈부신 옷고름으로 어린 아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어디 가서라도 굶지 말아라!" "함부로 벌레 한 마리라도 밟아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주신 사월초파일 날 대흥사에서의 어머니 아 그 고왔던 얼굴의 어머님이 우리들을 부르신다 그래 그래, 내 고향 해남 가는 길 이곳에서 펴내는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한반도의 긴 겨울을 녹이는 봄바람이 불어온다 화산면 송평리 앞바다가 밀어올리는 파도소리도 높다 밑 터진 바지를 입고서도 알토란같은 불알을 흔들며 남녘 산이란 산은 다 오르며 큰꿈을 노래하던 소년들 하늘의 별보다도 더 영롱한 그들의 눈동자가 보인다 그래 그래, 내 고향 해남 가는 길 이곳에서 펴내는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방금 땅에서 캐어낸 황토고구마, 둥근 호박같은 사람들이 싸움이라고는 아예 모르고 살고 있다 일찍이 삼재(三災)가 없는 땅이라고 노래되어온 산 넘어 강 건너 우리들 정든 고향 해남사람들 언제나 거기 있어 더욱 푸르른 해남의 하늘과 바다와 논밭!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께서 영원히 보살펴줄 것이다. 그리운, 더 크고 넓은 해남으로!
김 준 태
1948년 화산 출생. 시집 [참깨를 털면서] [국밥과 희망] [칼과 흙] [지평선에 서서] 외 산문집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등 저서 30여권 현재 조선대학교 초빙교수 5·18기념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