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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가는 길,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11. 3. 26. 09:43

해남 가는 길,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2011년 03월 14일 (월) 17:08:00 해남신문 hnews@hnews.co.kr

굽이굽이 참으로 먼 길 달려 왔구나
더욱 멀리 천리 길을 달려가고 있구나
남녘땅 내 고향 해남 대흥사에 들어선 듯
둥 두웅 울려 퍼지는 종소리, 저 종소리
 
그래 그래, 내 고향 해남 가는 길
이곳에서 펴내는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지금도 우슬재 산마루에서 아들아 아들아
부르시는 하얀 저고리 어머님이 서 계신다
이랴 이랴 쟁기질 하시는 아버님 목소리 들린다
옛사람들 무덤가에서 홀로 참깨를 터시는 할머니
"아가야, 참깨를 털 때는 모가지까지 털어서는
안된다"고 지금도 내게 와서 꾸중하신다 
 
그래 그래, 내 고향 해남 가는 길
이곳에서 펴내는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하얀 저고리 그 눈부신 옷고름으로 어린 아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어디 가서라도 굶지 말아라!"
"함부로 벌레 한 마리라도 밟아서는 안된다!"고
가르쳐주신 사월초파일 날 대흥사에서의 어머니
아 그 고왔던 얼굴의 어머님이 우리들을 부르신다
 
그래 그래, 내 고향 해남 가는 길
이곳에서 펴내는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한반도의 긴 겨울을 녹이는 봄바람이 불어온다
화산면 송평리 앞바다가 밀어올리는 파도소리도 높다
밑 터진 바지를 입고서도 알토란같은 불알을 흔들며
남녘 산이란 산은 다 오르며 큰꿈을 노래하던 소년들
하늘의 별보다도 더 영롱한 그들의 눈동자가 보인다 
 
그래 그래, 내 고향 해남 가는 길
이곳에서 펴내는 해남신문을 펼쳐들면
방금 땅에서 캐어낸 황토고구마, 둥근 호박같은
사람들이 싸움이라고는 아예 모르고 살고 있다
일찍이 삼재(三災)가 없는 땅이라고 노래되어온 
산 넘어 강 건너 우리들 정든 고향 해남사람들
언제나 거기 있어 더욱 푸르른 해남의 하늘과
바다와 논밭!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께서 영원히
보살펴줄 것이다. 그리운, 더 크고 넓은 해남으로!

 

   
 
   
 
김 준 태

1948년 화산 출생.
시집 [참깨를 털면서] [국밥과 희망]
[칼과 흙] [지평선에 서서] 외
산문집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세계문학의 거장을 만나다] 등 저서 30여권
현재 조선대학교 초빙교수
5·18기념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