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광산구청 기간제 근로자들을 모두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해 전국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킨 민형배청장은 지난해 공모사업에서도 광주 자치구 최고의 성과를 내 130억 7천여만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이는 전에 없던 사례고, 취임 6개월 만에 이룩한 것이어서 더욱 뜻이 깊다고 말한다. |
|
|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에 당선된 민형배 당선자는 "광산구민들에게 바른 정책과 부지런한 실천으로 보답할 것"이라는 당선소감을 피력한 적이 있다. 말이 쉽지 '바른 정책과 부지런한 실천'이란 게 누구에게나 가능했다면 우리의 역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앞을 향해 진전했을 것이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모두들 요령껏 눈치껏 미뤄버린 그 일을 당차게 치고나와 요즘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이가 바로 우리고장 해남 출신 민형배 광산구청장(49·마산면 안정리)이다. "광산구청 기간제 근로자들을 모두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하겠다"는 민 구청장의 발언은 전국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이 앞장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냄으로써 다른 기관이나 기업들에 미칠 파장까지 생각하면 보통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민단체활동이나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할 때 '깨끗하고, 늘 대안을 낼 줄 안다'는 평가를 받았던 민형배 구청장을 금요초대석에서 만나 한 발짝 먼저 발을 뗀 그 진정한 용기와 뚝심에 대해 들어보았다.
요즘 아마 제일 바쁜 사람 중의 하나일 것 같은데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구청 비정규직을 무기직, 즉 정규직으로 돌린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그 배경과 발표 후의 반응을 듣고 싶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생각해 왔습니다. 크게 네 가지 배경이 있는데요. 첫째는 참여정부 시절 사회조정 비서관으로 있으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나마 부채의식이 있었습니다. 둘째는 인권도시를 자임하고, 또 지향하고 있는 광주에서 그것도 공공부문에서 편법적인 비정규직 양산이나 유지는 옳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옳지 않은 비인권적 관행은 광주에서부터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셋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실마리는 공공부문이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장의 왜곡을 보완하거나 바로 잡는 것이 공공부문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는 철학의 문제입니다. 꼭 필요한 노동이라면 정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노동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자 정의의 문제인 것이죠. 민 구청장님은 광산구청의 선례가 소위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명제아래 진행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고용불안정 문제를 해소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사회의 구조가 고용불안정의 본질입니다. 노동에 대한 임금은 개별 사업장에서 제공하는 시장임금이 있고, 실업급여처럼 공동체가 주는 사회임금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임금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저는 시장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서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을 시행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사회임금, 곧 사회안전망까지 손을 댈 수 있는 위치는 아닙니다. 다만 저와 광산구의 노력이 전국을 움직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예컨대 성남시나, 노원구가 광산구에 이어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민주당은 물론이고 한나라당까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문의를 해 오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가는 측정하기 어렵지만, 단초를 제공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
연보
· 1961년 해남군 마산면 안정리 출생 · 마산초등학교(49회), 해남중학교(30회), 목포고등학교(28회) 졸업 · 전남대 사회학과 졸업, 동 대학교 대학원 사회학석사, 사회학박사
경력
· 노무현대통령 사회조정비서관 · 노무현대통령 인사관리행정관/국정홍보행정관 · 동신대 사회과학대학 초빙교수 · 전남대 연구교수(사회과학연구원 전임연구원) · 조선대 겸임부교수/광주대, 광주여대 겸임교수 · CMB광주방송 '이슈광주전남' 진행 · 전남일보 논설위원·기자/참여자치21 대표·운영위원장 ·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전문위원 ·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위원 · 지방분권 국민운동 광주전남본부 공동대표 · 광주전남자치연대 집행위원장 · 노무현재단 기획위원/시민주권 운영위원 · 민주당 중앙위원/홍보미디어위원회 부위원장 · 뉴민주당비전위원회 위원 · CT연구원 광주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 · 더좋은 민주주의연구소 이사/(사)지역미래연구원 이사 · 2010년 6월 민주당소속 광주광역시 광산구 구청장 당선 · 현재 제12대 광주광역시 광산구 구청장
저서
· 대화 문화중심도시 광주, 열개의 풍경 · 재외 한인의 언론수용구조와 한국어 매체의 내용 · 재외 한인언론의 역사와 현황기초연구 · 지역의 비전과 광주문화중심도시 · 지역권력구조와 언론의 문화정치 | |
광산구청장에 취임하신 후 펼친 행정방침이 기존에 해 왔던 것들과는 많이 달라 언론에 오르내리기도 했던데요. 예를 들면 매주 1~2차례씩 전체 직원이 한자리에 모여 주제를 정해 놓고 하는 전체회의라든지, 인사를 위한 상호근무평정과 지원제 및 내부 공모제 같은 것은 효과가 있었나요? 현실이 어떻든 간에 지자체를 밀고 이끌어 가는 동력은 분명하게 공직사회입니다. 선출된 구청장의 의지만으로 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 구청장의 재임기간에 한정됩니다. 공무원의 내발적 역량이 강화되어야 지자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지요. 말씀하신 시책들은 공무원 개인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동시에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들입니다. 저는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외부에서는 어떻게 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지표는 성과일 것입니다. 전남일보 기자, 광주·전남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자치 21' 대표, 전남대 연구교수(사회학 박사)를 거쳐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하는 등 다채로운 사회경험을 하셨는데요. 이런 경험들이 구 행정에 반영이 됩니까? 당연히 반영됩니다. 선거과정에서 쏟아진 질문 중 하나가 '행정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저는 오히려 행정경험이 많다고 답변했습니다. 행정의 지향점은 지역사회이고,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말씀해 주신 제 경력은 지역사회로서 광주와 광산의 현안들을 살피고, 이곳에서 생활하시는 사람들의 욕망이나 의지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기자생활을 하면서 광주시청, 전남도청, 교육청, 일선 구청 등 거의 모든 행정기관을 취재했었고, 시민단체 활동을 할 적에는 지역 현안에 대해 비판과 대안을 꾸준히 제시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이 구청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서정주 시인은 "자신을 길러준 8할은 바람이었다"고 했는데 오늘이 있기까지 남다른 가치관과 철학을 얻게 되었다면 어떤 영향이 가장 컸습니까? 기자생활, 시민단체 활동은 아무래도 관찰자, 비판자 성격이 강했습니다. 그러다가 청와대에 들어가 일하면서 직접 일을 추진하는 주체, 책임자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어느 것 하나를 꼭 집어서 말하기 곤란합니다만, 크게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80년대 청년기를 광주에서 보냈다는 바탕이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제 행위에 보편적인 규정력을 갖는 것 같습니다. 대충, 적당히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긍정적인 강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보낸 청와대 시절입니다. 선한 권력이 이 세상을 좋게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정치에 뜻을 두게 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청와대 비서관 근무 시절 가까이에서 보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과 그 분의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꿈을 좀 들려주십시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분 스스로도 말씀하셨듯이 '원칙과 상식'을 중요시하는 분이고, 그걸 실천했습니다. 또 그분의 국정운영 철학의 중요한 기둥 중 하나가 국가균형발전이었는데 수도권을 비우고 지방을 채워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주 확고했죠. 수도권이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방에서도 그 나름대로 패권구조가 있다는 현실인식이 중요합니다. 광역지자체가 중앙정부를 향해서는 자치와 분권을 이야기하면서도 일선 자치구와의 관계에서는 패권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죠.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자는 것이 노무현대통령의 생각이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나왔고,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지방정부의 동력과 계획으로 실천하기를 바랐어요. 고 노무현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 봉하에서 환경농법실험 같은 농민운동을 시도했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해남 같은 농어촌에 필요한 지역발전전략을 제시해 주신다면…. 고향에서 여러 방면으로 애쓰시는 분들이 계셔서 전문가도 아닌 제가 이런저런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원리적인 차원에서 저는 이식 형 사업보다는 내부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쪽으로 일들이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해남은 산, 들, 바다가 어울리고 인구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 자기완결성이 아주 높은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든, 자원이든, 혹은 풍광이든 내부역량에 기초한,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을 짜는데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신문사 기자생활과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셨죠? 현재 자치단체 장으로써 지역신문과 자치단체의 가장 바람직한 관계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홍보기사를 써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거꾸로 기사를 막으려고 애 쓰는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언론과 지자체의 부적절한 관계가 시작되는 출발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관계는 언론에도 지자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언론뿐만 아니라 의회, 시민단체 모두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이어야 합니다. 자치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발전과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두고 특성이 다른 일을 할 뿐입니다. 공유하고 소통은 해야 하되 거래가 있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바쁘신 중에도 고향신문을 위해서 좋은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청장님의 남다른 행정행보가 큰 성공을 거두길 바랍니다.
<김원자 편집고문, 언론인, 호남대객원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