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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못해도 되지만 안 해서는 안 된다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09. 3. 6. 09:26

공부는 못해도 되지만 안 해서는 안 된다
조영승<우수영제일교회 목사>
2009년 03월 02일 (월) 16:31:08 해남신문 hnews@hnews.co.kr

   
 
  ▲ 조영승<우수영제일교회 목사>  
 
이제 마지막 글이라 밝히자면, 주로 학습과 관련하여 고민탈출에 글을 쓰자고 하니, 난감할 때가 많았다. 아이들에게 공부하는 비결이나 혹은 학습심리학에서의 결과물들을 소개한 적도 있었다. 본인도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한 가지 끊임없이 회의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아무리 아이들을 공부시켜도 그 중에 몇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적응해갈 것이고 또 상당수의 나머지 아이들은 뒤로 도태될 것이라는 점이다.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매기는 체제에서는 설혹 모두가 99점을 맞는 수준에 이를지라도 다시금 그 수준에서 소수점 단위로 줄 세우기를 할 것이 아닌가? 간혹 신문지상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에는 아이들이 지나친 학습경쟁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말로 모르고 그렇게 개혁을 운운하는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지 지금도, 나는 알 길이 없다.
 공부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대학의 문호를 개방하고 대학에서 경쟁을 유도하는 서구유럽형으로(일찍이 민노당 대통령 후보가 제안한 적 있음) 개혁한다든 지, 혹은 대학 나오지 않아도 인정받는 사회로 개혁을 한다든 지, 하는 제안이라면 충분히 아이들을 무모한 경쟁에서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안이 아니라면 다른 개혁안은 백 퍼센트 거짓이거나 무지일 뿐이다. 이와 같은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서도 본인이 공부방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학교에서의 공부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을 지라도, 줄 세우기가 아닌 해당 연령대에 필요한 지식이요, 사람이라면 그 때에 맞는 지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앎"에로의 욕구를 가진 존재이다. 그 욕구를 때에 맞게 채워주어야 한다. 독서나 학습을 내가 가진 다른 재능에 대비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내가 가진 재능을 더욱 크게 발휘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잘 못하면, 나는 공부에 재능이 없고 다른 것에 더 소질이 있나보다 하고 공부에 면죄부를 주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학부모도 마찬가지이다.
 학생은 배움이 전업인 것이다. 내가 공부에 소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소질이 없어도 공부는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특수고등학교나 비인문계 고등학교를 갈지라도 지금 내가 학생인 한 공부는 해야 하는 것이다. "공부는 못해도 되지만 안 해서는 안 된다." 때에 맞는 지식을 수혈 받지 않으면 언젠가 그를 통해서 후회할 때가 오게 될 것이요, 마치 어긋나 끼워진 단추처럼 내 인생의 후반기에 그 빈 지식이 나를 왜곡시킬지 모를 일이다. 우리 해남의 모든 아이들이 학업과 독서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못해도 좋으니" 열등감만은 갖지 말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