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신문/해남신문

몸은 아파도 세상은 살만한 가치 있어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09. 1. 8. 17:15

몸은 아파도 세상은 살만한 가치 있어
하나님은 병 주신 대신 긍정적 사고와 웃음 선물
2009년 01월 05일 (월) 17:52:32 박영자 기자 hpakhan@hnews.co.kr

   
 
소뇌위축 환자 김복양씨

소뇌 세포가 하나하나 죽을 때마다 몸도 죽어간다. 6개월 전까지 만해도 사물을 구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형태만 겨우 보일 뿐 시력을 거의 상실했다.

1주일에 3차례나 볼 정도로 좋아했던 영화. 이젠 보지 못한다.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 좋아했던 일도 지금은 추억으로만 꼭꼭 간직할 뿐이다.

김복양(42·읍 해리)씨. 그가 앓고 있는 병은 소뇌위축이라는 희귀질환이다. 소뇌 세포가 죽어갈 뿐 재생하지 못하는 병이다. 병 진척도 빨라 2년 사이에 시력도 거의 상실했고 말도 어눌해졌다. 몸도 혼자 걷기 힘들 정도로 중심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너무도 소중한 것이 있다. 웃음이다. 긍정적인 사고와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다. 하나님은 병을 준 대신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줬다고 말하는 그는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산다.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나는 남과 더불어 산다는 지혜를 얻지 못했을 것이며 삶에 감사하는 마음도 갖지 못했을 것이란다.

30대 초반에 이 병이 찾아왔을 때 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유통분야에 종사했던 그는 능력 있는 직장인으로, 앞날이 밝은 촉망 받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는다.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의 내가 더 중요하고 지금의 삶을 더 소중히 받아들인다. 그래서 일까,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너무너무 많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휠체어에 의존하며 남의 손에 기대야만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그이지만 한국소뇌위축 환우들의 모임 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하다. 얼마 전에도 휠체어에 의존한 채 홀로 서울을 다녀왔다. 서울에 있는 모 종합병원에서 3년간 희귀병환자들을 무료진료 해준다는 협약식을 체결하고 온 것이다. 그는 장애인용 컴퓨터를 이용해 온라인상으로 회원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모임을 관리한다. 최근 들어서 신체의 기능이 급속도록 떨어지자 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글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상뿐 아니라 1년에 1~2회 정도 세미나나 토론회 등을 기획해 서울에서 행사를 여는 일도 그의 몫이다. 지난해에는 회원들을 모아 제주도 여행을 감행하기도 했다.

며칠 전 그는 몹시 앓았다. 세포가 죽어가고 있다는 증상이다. 머리가 빠개질 정도로 진통이 왔고 몸에도 통증이 밀려오면서 마비 증상이 왔다. 그 증상을 겪은 후에는 여지 없이  몸에 변화가 온다.

그래도 그는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정신력으로 버텨낸다. 남을 배려하고 자신의 삶은 스스로 꾸려나가야 한다는 소신 때문에 웬만한 아픔은 혼자 견뎌낸다.

다시 건강해진다면 홀로 된 노인들을 모시고 살고 싶다는 그. 새해에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은 결코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얼마든지 세상을 껴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