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지기/나의 이야기

2013년 9월25일 Facebook 여섯 번째 이야기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13. 9. 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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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야 우리 저테 있는 살갑고 사무치는 장면들  
    월간 전라도닷컴 취재사진전 <촌스럽네>  
     
    팽야 저테 있는 풍경들인지라 만만흐고 별스러울 것도 없습니다.  
    노상 더불어 웃고 울며 부대껴온 엄니 아부지들 얼굴인지라 마냥 정겹고 이무롭고 귄이 짝짝 흐릅니다. 사람도 자연도 위압하기는커녕 고만고만 살갑게 앵겨옵니다. 아릿한 추억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불현듯 사무치는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적십니다.  
    깎아지른 듯한 벼랑을 타고 내려가 거센 파도와 부대끼며 미역을 캐고, 조새를 들고 뻘밭을 기는 섬마을 아짐들, 땡볕 아래 엎드려 호미질 하염없는 꼬부랑 할매와 누렁소를 몰고 산길을 굽어 도는 할배의 땀방울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 징글징글한 일구덕에서도 환한 웃음과 다순 마음자리 잃지 않는 전라도 어르신들의 장엄하고 순정한 삶을 우러러 봅니다.  
    13년 동안 전라도 골골샅샅 돌고 돌며 맞닥뜨린 감동의 순간들입니다. 산들강바다갯벌, 풀꽃나무숲, 올망졸망 오일장, 굽이굽이 돌담길, 흥으로 정으로 어울리는 사람들…. 고개를 돌려 외면할 수 없는, 눈물나게 애잔한 전라도의 속살입니다. 정녕 촌스러워 전라도스러운 장면들을 독자들과 더불어 따뜻한 눈길 맘길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 월간 전라도닷컴 편집장 황풍년  
    사진 촬영 : 김태성 김창헌 최성욱 남인희 남신희 박갑철 김도수 윤영호  
    김학수 허철희 박남수 김준 임문철 김옥  
     
     
     
    촌스럽다는 것은…  
     
    촌스럽다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호들갑스럽지 않고 웅숭깊다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천진난만하다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자존심이 세다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때로 분노할 줄 아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 때문에 가슴 아프다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쾌활명랑한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 생각을 하기보다 돈을 적게 쓸 연구를 하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만원 넘어가는 소비도 벌벌 떠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물건 버리는 것을 죽어도 못하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고기 먹을 때 밥도 함께 싸먹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아플 때 라면이 생각나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남한테 절대로 상처주지 않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손님을 보내놓고 가슴 허전해 하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손님이 오면 가장 먼저 밥부터 차리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남에게 못 줘서 환장하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도시스러운 것의 반대가 아니라, 도시스러움조차 모두 감싸안는 것이다. 촌스럽다는 것은 도시스러운 것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것이다. ‘어린 도시스러운 것’이 ‘어른 촌스러운 것’을 맨날 놀리고 울려도 촌스러운 것은 어른스러운 것이라, 그저 조용히 웃으며 간다. 어린 도시스러운 것까지 품에 안고, 쾌활명랑하게, 천진난만하게,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연민하면서 그렇게 뚜벅뚜벅!  
    - 소설가 공선옥님이 월간 전라도닷컴 100호에 쓴 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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