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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실 바꾸면 비리 없어지나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10. 7. 5. 15:30

군수실 바꾸면 비리 없어지나
멀쩡한 군수실 리모델링 예산 낭비, 관사구입도 예산 전용
2010년 07월 02일 (금) 11:22:27 해남신문 hnews@hnews.co.kr
   
 
  기존의 부군수실과 맞바꿔 새롭게 단장한 해남 군수실. 교체 이유가 석연치 않아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임군수 가치관에 의한 판단인가, 담당직원의 과잉충성 결과인가, 관행으로 처리했지만 지나치게 군민정서가 예민한 것일까. 2억여원 이상이 투입된 군수 사택과 집기 구입, 군수실 이전 개조 등 취임직전 불거진 몇가지 문제들에 군민들의 이목을 쏠리면서 취임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고 있다.

관사 매입 서두를 필요 있었나

군 세무회계과는 신임 박철환 군수 취임을 앞두고 지난 두주일여 동안 사택과 집기를 구하는 한편 기존의 군수실과 부군수실을 맞바꾸는 개조공사에 들어갔다. 사택은 구교리 ㅎ아파트 44평형을 1억6670만원에 매입했으며 전자제품과 서랍장 등 기본적인 집기를 2600여만원을 들여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수실과 부군수실을 맞바꿔 시설 개조 및 내부 리모델링 작업도 했다. 투입된 비용은 2000여만원. 군은 기존의 부군수실을 군수실로 바꿔 문화관광과 사무실과 합쳐 구조변경 공사를 진행, 새로운 군수실을 만들었으며 기존의 군수실은 그대로 부군수실로 사용키로 했다.

또 해남군이 군수 관사를 매입한 것은 민선군수제 이후 처음으로 직전 군수들은 대부분 자택을 그대로 사용해 특별히 관사 구입은 하지 않았었다는 것. 그러나 박철환 군수는 마산 자택이 소규모 농가주택인데다 군청에서 12km 정도 떨어져 있어 읍 관사의 필요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됐고 이에 따라 관사 임대 등 방법이 모색됐으나 결국 매입으로 최종 결정됐다고 한다. 군 담당과에서는 "맞춤한 주택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초 임대도 생각했으나 오히려 임대가 어려워 매입으로 결정했고 해당 아파트는 준공된지 4년간 분양되지 않고 비어있어서 벽지 도배만 부분적으로 한뒤 집기를 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집기와 비품들도 호화롭지 않고 중간 정도 수준을 골랐다고 덧붙였다. 관사 구입비는 예산 편성이 돼 있지 않아 시설비를 사용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땅이나 건물 등을 살 수 있는 명목이어서 집행이 가능했다는 설명.

이번의 경우 관사 구입은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부당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으나 예산집행과 관련, 편법이나 무리수를 두지 않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즉 예산사용의 절차상 문제가 그것으로 누구보다 준법정신으로 청렴한 군정을 펼치겠다는 신임군수의 취임전 일성과 배치된 결과를 빚었다는 것. 이 예산은 당초 책정돼 있지 않아 시설비를 꺼내 사용한 것으로, 타목에서 전용해 사실상 불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올해 치러진 선거 과정이 유난히 지역과 지역민의 자긍심을 무너뜨리고 고통에 빠지게 했기 때문에 이를 치유하는 노력이 선행되기를 바란 군민들의 뜻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읍 주민은 "관사구입을 서두르지 말고 며칠이라도 출퇴근을 하다보면 지켜보는 군민들이 나서서 관사가 왜 없는가라고 먼저 얘기를 모았을 것이다"면서 "당선자가 군민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무엇보다 선결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고 있다. 또 다른 군민은 "시각을 좀 달리해 보면 공무원들이 알아서 미리 떠받드는 과잉 충성 같은 구태의연한 행태를 못벗어난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관사 구입도 큰 틀에서 협의가 된 사항을 공무원들이 확대해 일을 벌여 신임군수 눈에 조금이라도 들어보겠다는 불필요한 과욕이 앞서지 않았는가 묻고 싶다"고 언급했다.

집무실 교체이유 이해 안가

여기다 군수실 이전 개조도 그다지 바람직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당초 당선자 시절 박군수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군수실 이전은 다소 황당한 이유까지 달고 있어 신임군수가 갖고 있는 가치관을 의심케 하고 있다. 그것은 풍수지리설을 바탕으로 기존의 군수실이 '재수(?)가 없어' 군수들이 줄줄이 감옥에 가는 비운을 맞았다고 해석, 차제에 아예 군수실을 바꾸자는 데서 비롯됐다는 것.

이런 판단과 선택으로 부군수실과 바꾸게 됐고 묵은 사무실을 손대다 보니 리모델링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들이 군민사회에 알려지면서 관사까지는 그나마 관대하게 보던 이들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군수실이 재수없으면 그 자리로 들어오는 부군수는 어쩌란 말이냐"라는 말부터 "매사에 조심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지만 지금이 어느 때인데 풍수설 등을 신봉하고, 실제 행동으로 보인 것은 보다 더 신중했어야 할 사안"이라는 등 다양한 질책들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 뭐라고 답변하면 좋겠느냐"고 물어본 한 군민은 "실제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기를 바란다"고 잘라 말했다.

4년간의 임기에 들어가기도 전 신임군수를 둘러싼 이같은 잡음들은 취임초 활기찬 분위기로 선거 관련 후유증들을 쓸어 내려버리고 지역의 미래를 새롭게 가꿔가려는 시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신임군수도 그 무엇보다 그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모든 것을 바쳐 군정을 이끌어 지역을 바꾸어보겠다고 일갈했던 터라 군민들의 실망스런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 이런 소동을 지켜보면서 또 다른 군민은 "나중에 대형사고가 터지는 것 보다는 오히려 초기에 이만한 일로 긴장감이 유지되고 지역을 위해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판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성장통으로 소화됐으면 좋겠다"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