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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된 지금 발견한 나의 가치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09. 7. 8. 17:24

칠순 된 지금 발견한 나의 가치
2009년 07월 06일 (월) 14:38:59 박영자 기자 hpakhan@hnews.co.kr

   
 
  아이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임영자 할머니는 늦으막에 얻은 직업이 자신의 삶을 바꿔 놓았다고 말한다. (색동어린이집 옛이야기 수업)  
 
옛이야기 들려주는 강사 5년 삶이 바뀌었다
임영자 할머니 아이들 속에서 자신도 성장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임영자(71·읍 해리)씨.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동화를 듣는 아이들, 아이들도 본인도 어느 덧 동화 속 주인공이 된다.

소곤소곤 대사에서는 아이들도 숨을 죽이고 우렁찬 대화에서는 아이들 표정에도 힘이 묻어난다. 
평생 가정 살림만을 했던 임 할머니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사가 되면서 삶의 활력과 함께 자신의 가치를 발견했다. 내가 아이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다는 가치, 일을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됐다는 자부심이 자신을 무한히 성장시키고 있음을 임 할머니는 매일매일 느낀다고 말한다.

5년 전, 노인종합복지관서 노인일거리 사업으로 옛이야기 강사를 요청받았을 때만해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먼저 앞섰다.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법도 배우고 구연동화도 익히면서 뛰어든 일자리. 5년이 지난 지금 너무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임 할머니가 5년 동안 동화를 들려준 어린이집은 여러 곳. 들려준 속속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임 할머니의 삶의 활력소이다. 이야기 할머니 왔다고 달려들고 자신만 바라보고 이야기하라며 떼를 쓰는 아이들 속에서 임 할머니의 삶도 많은 변화를 맞았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몸단장도 어여삐 하고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도서관도 삶의 일부가 됐다. 5세 이하 아이들에게는 그림책을, 더 큰 아이들에게는 이야기 식 동화를 들려주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 책을 고른다.

노년이 된 후 얻은 직업, 그 가치와 보람이 너무도 커 그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다는 임 할머니는 어린이집에서 모범 직장인으로 통한다. 수업이 있는 날은 일찌감치 출근해 아이들을 기다리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의 반응에 대해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나간다.

옛이야기 강사로 시작한 임 할머니의 노년은 연극인으로도 탈바꿈시켰다. 구연동화를 익힌 임할머니는 지난해 겁 없이 연극무대에 섰다. 노인종합복지관 옛이야기 강사들로 구성된 노인들의 첫 연극공연은 호응을 얻었고 그로부터 자신감을 얻은 노인들이 노인 연극반을 결성해 활동 중에 있다.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는 임 할머니는 오늘도 도서관과 어린이집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