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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옷만 유행타나 그릇도 변화 민감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09. 4. 5. 13:44

여성옷만 유행타나 그릇도 변화 민감
장옥 내 그릇가게
2009년 04월 01일 (수) 10:13:39 박영자 기자 hpakhan@hnews.co.kr

   
 
  ▲ 해남읍장 장옥내에 있는 그릇가게 구경도 오일장의 재미이다. 이곳 그릇가게는 2대째 이어오는 집이 많다.  
 
할머니 요강·솥단지는 예전 그대로
갖가지 그릇 구경도 5일장 보는 재미

버들잎 하나 띄워 나그네에게 건넸다는 물바가지도 유행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 박으로 만든 바가지에서 플라스틱 재질로 변화했다지만 모양도 시시때때 변화는 게 바가지란다. 요즘은 사용처도 물 마시는 기능에서 쌀을 씻고 설거지하는 통으로 변해 크기도 크고 안에 새겨진 줄 간격도 매우 넓단다.       
 생활에 쓰이는 각종 그릇을 취급하는 5일시장 내 그릇 집. 갖가지 생활그릇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릇마다 변천해온 과정을 듣는 것도 흥미 있다. 나란히 진열돼 있는 양은 주전자와 스텐레스 주전자. 같은 종류 주전자인데 재질과 크기, 디자인도 다양하다.
 용도가 같은 그릇일진데 종류도 다양하고 시대 따라 재질과 색깔마저 수시로 변한다니 그릇이야 말로 여성의류 이상으로 유행에 민감하단다. 따라서 유행 따라 그릇 구비하는 것도 주인으로선 만만찮은 일이다.
 바가지에서 플라스틱 바구니, 수저, 물통, 솥단지 등 진열된 그릇 종류도 수백 가지, 주인도 몇 가지 그릇을 취급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그릇 집에는 할머니 필수품인 요강도 있다. 진열돼 있는 사기 요강과 스텐요강을 보고 요즘도 요강이 팔리냐고 물으니 시골이든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든 요강은 필수품이란다.
 시골은 화장실이 멀어 요강을 사용하고 아파트는 화장실 문 여는 소리에 자식들이 잠 깰까 봐 요강을 사용한단다.    
 그러나 그릇 중에도 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솥단지이다. 무수한 세월이 흘렀어도 솥 모양은 그대로이고 재료도 철 아니면 알루미늄이다. 솥은 화덕에 걸쳐야 하기에 둥그런 날개 모양은 꼭 있어야 하고 뜨거운 불에 견뎌내야 하니 재질도 쉬 바뀌기 힘들다. 
 물론 솥의 사용처는 변했다. 예전엔 밥 짓는데 솥이 필수품이었다면 지금은 밥 짓는 역할은 전기밥솥이 대신하고 잔칫날 국 끓이는데 주로 사용된다. 그릇 집에는 한국산도 중국산도 있다. 그러나 때 안타고 튼실한 건 한국산이란다.
 해남 5일장 역사와 함께 해온 그릇 집의 주 고객은 60∼70대 할머니들. 젊은층이야 커다란 마트와 그릇가게를 찾아간다지만 할머니들은 자신의 삶의 일부였던 5일장 그릇 집을 지금도 찾는다. 그러나 할머니가 주 고객이지만 5일장 그릇 집에는 유행을 좇는 젊은층의 기호를 감안해 어여쁜 그릇도 많이 구비돼 있다.      
 해남읍장 장옥 안에 있는 그릇 집들은 역사가 오래됐다. 고도리 얼음집으로 통하는 그릇가게도 정춘자씨가 운영하는 그릇가게도 모두 2대째 이어온 가게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장옥 내 그릇 집은 읍장에선 없어선 안 될 풍물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