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손 못쓰지만 뜨개질만큼은 최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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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화상을 입어 한쪽 손을 사용할 수 없는 93세 이사임 할머니의 뜨개질 솜씨는 인근에서 자자하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이지만 뜨개질 이야기만 나오면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까지 열정을 보인다. 93세인 이사임 할머니(계곡면 대운리)는 처녀 적부터 뜨개질과 바느질 솜씨가 남달랐다. 몇 달 전까지도 뜨개질을 했던 할머니는 지금도 바느질을 하고 싶어 찢어진 정부미 포대를 곱게곱게 꿰매어 놓는다. 손녀딸을 위해 몇 달 전 곱게 짜 놓은 스웨터는 젊은 사람들도 흉내 내기 힘들 정도로 모든 부분을 코바늘로 마무리한 작품이다. 뜨개질에 사용하는 대나무 코바늘도 손수 만들어 쓸 정도로 할머니의 뜨개질 열정도 남다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할머니의 한쪽 손은 엄지손가락 외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할머니가 아기였을 때 큰 화상을 입었고 그 뒤로 손의 성장이 멈추고 손가락마저 굳어져 버린 것이다. 할머니가 뜨개질을 시작한 것은 일본 생활에서이다. 20대 초반 신혼생활을 일본에서 보냈던 할머니는 당시 일본인의 생활문화였던 뜨개질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9년 동안의 일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도 할머니의 뜨개질 인생은 계속됐다. 5남매 자식을 키우는 동안 돈을 주고 옷을 해 입힌 기억이 할머니에게는 별로 없다. 아이가 커 옷이 작아지면 다시 풀어 넉넉히 짜 입히길 수없이 반복하면서 양말도, 바지도 모두 뜨개질로 짜 입혔다. 할머니는 뜨개질 뿐 만 아니라 바느질 솜씨도 단연 으뜸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천만 가져오면 조끼며 적삼, 바지와 치마 등을 직접 만들어 주었다. 대신 바느질을 맡겼던 동네사람들은 할머니 논밭의 김을 매주었다. 바느질 솜씨가 좋아 매일이다시피 동네사람들이 논밭의 김을 매주었다고 자랑하는 할머니는 지금은 눈이 침침해 뜨개질을 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단다. 그러면서도 뜨개질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듣자 서랍 속에 꽁꽁 감춰놓은 대바늘을 꺼내들고 유창한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할머니는 요즘 약간의 치매 끼를 보이고 있다. 괜한 트집을 잡아 아들 내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작은 일에도 눈물을 보이는 등 아이가 돼가고 있지만 뜨개질과 바느질에 대해서 만큼은 너무도 초롱초롱한 기억과 솜씨를 자랑한다. 요즘 할머니는 손녀를 주기 위해 곱게 짜놓은 스웨터를 고이접어 장롱 속에 보관한다. 그런 스웨터를 누가 입느냐고 손녀딸이 입기를 거절했지만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짜놓은 스웨터이기에 다른 누구에게는 주기 싫은 할머니만의 스웨터이기 때문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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