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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집짓고 나눠주는 삶 땅끝마을 '봄길교회'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08. 7. 24. 16:46
더불어 집짓고 나눠주는 삶 땅끝마을 '봄길교회'
생태건축
2008년 07월 18일 (금) 11:36:12 윤영식 기자 hnewsyun@hnews.co.kr

   
 
집을 짓는데 손이 간 사람만 해도 100여명, 송지면 서정분교 앞에 독특한 원형 흙집이 눈길을 끈다.

봄길교회 장균 목사가 교인들과 마을사람들, 수련회 온 청년들, 인터넷에서 만난 집짓는 사람들과 함께 흙과 볏짚으로 지은 교회다. 스트로베일하우스,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냥 짚과 황토로 만든 집이다.

그러니 흙집인 셈, 이 집은 소먹이 볏단을 벽돌처럼 쌓아서 사이사이를 흙으로 채운 후, 그 위에 다시 황토를 발라 벽을 치고, 마지막 세번째 공정으로 곱게 미장을 한 것이 다른 점이다.

나무, 흙, 볏짚 등 자연 소재만을 사용해 단열효과가 커 외국에서는 많이 쓰는 공법이지만 국내에 들어온지는 몇 년 안됐고, 전국에도 대략 스무채 밖에 없다. 그래서 전문가의 도움없이 시도하는 것은 아직 무리다.

장 목사가 교회를 흙집으로 짓겠다고 하자, "교회는 언덕위에 십자가 탑이 솟은 하얀집이어야지"라며 가난의 상징이 돼버린 흙집을 이고 베고 살아온 교회 노인들이 한 마디씩 했다.

   

"오죽 가난하면 흙집에서 사냐, 콘크리트, 슬라브 집을 떡하니 지어놓고 보일러 따땃해야지, 춥고 모기 끓고, 흙집은 못써"

그런데 막상 일을 시작하자 전 교인이 개미처럼 달라 붙었다. 여든아홉살 할머니도 볏짚을 나르고, 볏짚사이에 흙을 채우고, 농사일로 단련된 엄마들은 세사람 몫을 거뜬히 해냈다.

그렇게 3년 동안 지은 교회는 지금 노인들에게 예배 후 강대상을 베게 삼아 편한 낮잠 한숨 자는 내가 지은, 내 교회가 됐다.

또한 말하기도 어려운 스트로베일하우스 전문가가 다 되서 구경온 사람들에게 설명도 척척, 자부심도 대단하단다.

수많은 사람들 손을 거쳐 완성된 봄길교회는 이렇게 교인들의 예배처이자 휴식처가 됐다. 그리고 집을 지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제 살붙이 같고, 경건한 내 집이 된 것이다. 

이 봄길교회 지붕은 만다라공법을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공법으로 나무를 나선형으로 얽어매 서로 지탱하도록 하는 상호지지구조지붕 공법이란다. 지붕 한가운데 난 천창을 통해 햇빛이 교회바닥을 비춘다. 시각에 따라 변하는 햇빛을 보면 해시계가 따로 없다.

집 짓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장목사 깜냥으로 집짓기는 언감생심이었지만 인터넷에서 만난 스트로베일하우스 회원들이 큰 힘이 됐다. 그 회원중 아이디 먹쇠님과 미장의 달인 미달님은 올해 해남으로 귀농해 치소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옛말에 도둑집을 짓는다고 하더니 더불어 집지기, 품앗이 집짓기를 한 장목사는 지금 먹쇠님 집짓는데 자원봉사 중이다. 애초 혼자서 집을 짓기는 어려운 일, 집 짓기는 본디 함께 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장 목사는 생태건축으로 교회를 지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흙집이 사람을 소개시켜주고, 말을 걸어주고, 교인들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줬다.

그냥 업자들을 시켜 시멘트 범벅 집을 지었다면 이런 만남과 기쁨이 있었을까? 더불어 집짓기는 더불어 살기 연습이고,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것이며, 늘상 모두에게 감사하는 조건을 만들어 줬다.

너무나 고생스럽고 일이 끝없는 집 한채를 지으면서 참 얻는게 많다. 혼자서 잘 살려는 집짓기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 교회는 소문소문 듣고 집을 보러 오는 사람, 수련회 예약, 청소년캠프, 작은 음악회 등이 예약돼 있다.

장목사는 항상 실패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땅끝에 내려와 힘을 얻고 가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이 교회가 봄길이 됐으면 한단다. 그리고 서정마을 노인들에겐 막내 아들같은 교회로, 농촌을 평안하게 지켜가는 교회가 되길 기도한다.

봄길교회 짓는 이야기는 blog.naver.com/alwl6688, 봄길교회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다.

   
 
  나선형으로 처리된 봄길교회 천장, 천창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햇빛이 은혜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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