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신문/해남신문
해남군민, 빠른 개발보다 느린 미래 택했다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10. 9. 24. 17:18
해남군민, 빠른 개발보다 느린 미래 택했다 |
대흥사 도로 4차선 '지역경제 악화로 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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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선이 되면 오히려 지역경제가 악화된다. 현재의 2차선 도로에서 위험구간만 보완하고 농기계와 자전거 도로만이 개설돼야 한다"
해남읍~대흥사간 4차로 확·포장 공사 주민설명회에서 대다수의 삼산면민들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해 사업이 변경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라남도는 지난 14일 삼산면사무소에서 해남~대흥사간 지방도 4차로 확·포장공사 실시설계 용역 노선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전남도와 설계사 관계자는 지방도 806호 해남읍~대흥사 구간 도로의 확포장 목적은 "교통량이 많고 굴곡이 심한 도로로서 두륜산을 찾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에게 교통편익을 제공하고 교통소통 원할 및 주민소득 증대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폭 26~32.5m, 총 길이 7.53㎞를 4차선으로 확·포장하고 주변에 자전거와 농기계 도로를 개설하며 중앙분리대는 가드레일이 아닌 가로수와 화단 등을 조성, 친환경적 도로로 만든다는 것.
특히 삼산면소재지를 통과하는 구간은 상가와 가정집 등이 밀집돼 있어 이곳은 우회하고 나머지 구간은 기존 도로를 이용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 참석주민 대다수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4차선 도로가 개설되면 관광객들이 삼산면을 단순히 지나치기만 해 상가는 오히려 침체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교통량으로는 2차선 만으로 충분해 위험구간에 대한 보완만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신흥리에 사는 한 주민은 "삼산면소재지 사거리에서 차량들을 살펴보면 50%는 북일방면으로 빠지고 또한 50% 중 20%도 현산 방면으로 빠져나가 대흥사로 가는 차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며 4차선 도로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소재지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한남열씨는 "4차선 도로가 개설되면 관광객들이 면소재지를 들리지 않을 것이 뻔한 일로 주민들은 생계가 달린 문제인 만큼 어제 저녁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삼산면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은 4차선 도로 확·포장이 아니라 현재 2차선 도로의 선형을 개선하는 한편 자전거 도로 개설이 필수적이며 교통안전을 위해서는 농기계 도로를 만들어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도로가 되길 바란다"며 대흥사 활성화 역시 다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기계·자전거·도보길 필요
매정리에 사는 한 주민은 4차선 도로가 생기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등하굣길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며 이곳 길을 다녀 봐도 관광버스 행렬이 오거나 앞에 농기계가 달릴 때만 조금 차가 막히며, 이것도 5분여 차이로 해소되는 것을 보면 4차선 도로는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비록 3~4년 전에는 주민들이 숙원사업으로 확·포장을 제기됐지만 오늘날은 자전거나 도보 여행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여행의 개념이 바뀌고 있으며, 관광객들도 교통에 큰 불편이 없다고 한다면 오히려 4차선 도로는 관광지 활성화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이곳은 빠른 속도로 스쳐가는 지역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한 채 4차선 도로로 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두륜산집단시설지구 내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시설지구내 상인들은 4차선 도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지금은 교통량이 적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앞으로 해남군이 더욱 발전하면 교통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이번에 사업을 놓치면 또 다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된 후 4차선 도로가 개설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김효남 전남도의원은 "예전 삼산주민들의 숙원사업으로 4차선 도로 확·포장이 추진돼 전남도에서도 주민들을 위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오늘 설명회에서 들어보니 주민 대다수가 4차선 도로를 반대하는 것 같다"며 "2차선 도로에서 위험구간만 잡아주고 농기계, 자전거 도로만이 추가로 개설하는 등의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땅끝 국도 4차선 논의 진행
현재까지 국도 77호인 땅끝도로의 4차선 건설 계획은 없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이나 명절 때면 땅끝항으로 가는 도로가 막혀 상습정체에 따른 불편이 계속돼 왔다.
또한 땅끝을 찾는 도보 순례자들에게도 갓길 없는 편도 1차선은 위험한 구간으로 인식돼 보완대책이 요구돼온 실정이다.
특히 최근들어 걷기가 현대도시인들의 여행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이같은 문제점이 부각돼 왔던 것.
이에 따라 지역에서는 4차선 논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나 한편으로 느림을 찾아 관광객들의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행 2차선을 유지하면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우세하다.
우선 걷기와 자전거길로 사용할 수 있는 갓길을 보완하며 지나친 곡선을 펴는 현행 보완공사 방식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는게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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