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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망으로 집을 짓는다고?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09. 4. 5. 13:43

양파망으로 집을 짓는다고?
< 삼산면 목신 윤용신씨 >
2009년 04월 01일 (수) 10:22:20 박영자 기자 hpakhan@hnews.co.kr

   
 
  ▲ 윤용신씨 작은 집은 양파망에 흙을 넣어 차곡차곡 짓는, 우리지역에선 최초로 선보인 흙부대 건축공법이다.  
 
양파망에 흙 넣어 차곡차곡 쌓고
달에 건축물 세우려 고안된 건축법

3~5kg들이 양파망으로 집을 짓는다고? 삼산면 목신마을에 양파망에 흙을 담아 짓고 있는 집이 있다. 12평의 집을 짓는데 그동안 들어간 양파망이 1500여장, 앞으로 1000여장의 양파망이 더 들어가야 한다. 
 일명 흙부대 건축. 생태건축으로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 흙부대 건축은 각종 포대에 흙을 넣고 벽체를 쌓는 기법이다. 이 건축공법은 생소하지만, 사실 달에 기지를 건설하려고 제안된 건축법이다. 1984년 NASA(미 항공우주국)는 달에 건축물을 짓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 이란 태생 건축가 네이더 카흐릴리가 달에 있는 흙과 암석을 부대에 담아 건물을 짓자는 획기적인 제안에서 출발한다.
 흙부대 건축은 전 세계 재해지역에서 구호시설과 임시 주거시설을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세울 수 있는 생태적 대안건축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건축은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데다 작은 평의 건물을 짓는데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아 국내에서도 하나 둘 선보이고 있다.    
 삼산면 목신마을에서 이 공법으로 집을 짓고 있는 이는 윤용신(40)씨. 생태건축을 구상하던 중 어느 목수로부터 공법을 소개받아 겁 없이 뛰어들었다. 윤씨는 직장에서 퇴근한 밤 시간과 주말을 이용해 양파망에 흙을 담고 이것을 차곡차곡 쌓으면서 언제 끝날지 모를 집을 짓기 시작했다.
 양파망으로 집을 짓는다는 소식에 동네사람들 흥미도 매우 크다. 군사용 참호나 홍수 방제용으로 흙 부대나 모래부대를 사용하는 것은 봤어도 그것도 조그만 한 양파망으로 집을 짓는다고 하니 걱정도 되지만 궁금증도 크다.  양파망에 흙을 담는 일을 도와주러 온 동네 아주머니들도 참 별난 집을 짓는다고 하면서도 집 모양이 점차 드러나자 완성된 집을 빨리 보고 싶다며 오히려 더 조급해 한다.   
 목신마을 주민의 관심을 온통 받고 있는 이 집은 아직 미완성이다. 현재까지 집 짓는데 2개월 반이 걸렸다. 어려운 것은 목수의 도움을 받곤 하지만 순전히 개인 손길로 지어지는 집이라 완성된 모습은 올 연말에나 가능하단다.
 원룸형식에 다락방을 곁들인 이 집은 흙부대로 벽체를 쌓으면서도 외벽은 돌로 한 번 더 쌓았다. 평소 돌집을 짓고 싶었던 윤씨가 흙부대 공법에 돌 공법을 곁들인 것이다. 집 짓는데 들어간 흙은 집 뒷산 황토를, 돌은 여기저기서 주워 모았고, 목재는 폐자재나 싼 목재를 사서 사용했다.
 윤씨는 흙부대 건축의 장점은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아 초보자도 지을 수 있는 단순한 건축공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윤씨는 흙부대 건축의 기본 정신은 재해지역에서 여러 사람이 흙부대를 쌓듯 어우러져 짓는 공동체 공법이라고 귀띔한다. 윤씨 집에는 이러한 공법으로 짓는 집을 돕기위해, 양파망에 흙을 담아주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