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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있고 사람 냄새 나는 집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09. 2. 13. 06:33

자연이 있고 사람 냄새 나는 집
삼산 평활 유정씨네
2009년 02월 10일 (화) 17:12:56 박영자 기자 hpakhan@hnews.co.kr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흙집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자신이 설계하고 직접 지은 집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본지에서는 지역 곳곳에 있는 내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흙집만을 찾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삼산면 평활리 언덕에 자리한 유정씨네 흙집 마당에 자리한 장독대는 보는 이들에게 정겨움으로 다가온다.  
 
흙과 나무, 짚 버무니 옛 멋 살아나
여성이 직접 지은 '꿈꾸는 흙집 마당'

나는 꿈을 꾼다. 마당에 텃밭이 있고 나그네가 잠시 쉼을 즐길 수 있는 집을, 그 집이 자연을 닮았다면 나는 더 좋다.
 나의 꿈은 현실이 됐다. 대나무 울타리에 장독대와 돌탑, 아궁이가 있는 집을 내 손으로 직접 지은 것이다.
 삼산면 평활리 언덕 위에 자리한 유정씨의 꿈꾸는 흙집 마당 집은 나만의 집을 갖고자 꿈을 꾸는 이들을 위한 집이다. 24평의 둥글고 네모난 흙집, 이 집을 짓기 위해 유씨는 1년간 씨름을 했다. 설계도 직접 했고 공사는 동네 아주머니와 아저씨들과 함께 했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나만의 흙집을 짓겠다는 열정 하나만으로 뛰어든 유씨의 집짓기가 시작된 것이다.
 집을 짓기 위해 전남지역 여러 흙집을 둘러봤고 흙집에 맞는 소품을 보기 위해 발품도 많이 팔았다. 물론 많이 판 발품만큼 집짓는데 들어간 예산은 남들이 생각하기보단 적게 들었다.
 유씨가 추구한 흙집은 사람 냄새가 나는 집, 자연을 닮은 집이다. 이 집은 반듯한 것이 별로 없다. 집에 쓴 목재도 반듯하고 굵은 것보다 비뚤어진 자연 그대로의 나무, 방 모양도 네모가 아닌 둥근 모양이다. 벽도 울퉁불퉁, 그래서 이 집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기둥이 없는 것이 특징인 이 집은 흙과 나무와 짚이 주 재료다. 흙과 짚을 버무려 차곡차곡 쌓으면서 사이사이에 짧은 통나무를 넣었다. 자연에 가까운 옛날 식 집을 지은 것이다.
 해남에서 여성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첫 집으로 기록될 이 집은 땔감 아궁이와 연탄아궁이를 함께 쓰고 있다. 방바닥도 흙과 종이를 몇 겹으로 깔아 옛것을 살렸다.     
 흙집은 짓고 난 후에도 무수한 손길이 필요하단다. 흙벽이 갈라지고 나무가 손상되고 손봐야 할 것이 끝이 없다는 유씨, 그래서 유씨는 아예 목재건축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왕 내 손으로 지은 집, 수리도 직접 하겠다는 이유에서이다. 
 아름다운 두륜산 자락이 보이는 집, 꿈꾸는 흙집 마당 집을 찾았을 때 굴뚝에서 연기가 흘러나온다. 이날은 해남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부부 모임인 해남댁들이 찾아온다기에 유씨는 서둘러 팥죽을 쑤고 있었다. 무척이나 흙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유씨이기에 이 집은 흙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쉼터로 모임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집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과 소비자들 간의 만남의 장소로 이용됐으면 한다는 유씨는 나만의 집짓기는 꿈이 아닌 얼마든지 가능한, 꿈이 있으면 현실화될 수 있는 일임을 말한다. 그래서 집 이름도 꿈꾸는 흙집 마당이라고 지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