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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줄인 우리가 해냈어"

희망의 시작 땅끝해남 2008. 12. 24. 10:32

"70~80줄인 우리가 해냈어"
계곡 강절리 참살기 좋은마을 전국 대상
2008년 12월 19일 (금) 11:47:56 박영자 기자 hpakhan@hnews.co.kr

   
 
  65세 이상이 80%인 계곡 강절마을이 4년간 주민들의 울력으로 마을 가꾸기 사업을 한 결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골목길 그림같은 돌담길로 변모
집집마다 특색있는 꽃밭 가꾸기 추진
4년간 울력, 전국 제일 마을로 성장

"우리 나이 80줄이여, 지금 우리가 날마다 울력으로 아름다운 마을을 가꾸고 있지만 이곳에서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 것이어. 후손들이 돌담 하나하나에 쏟은 우리 정성을 이야기 하고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자랑스럽게 여겨준다면 그게 가장 큰 보람이것제"

참살기 좋은 마을사업에서 전국 대상을 수상한 계곡 강절마을, 전국 1073개 마을 중 대상에 선정됐다는 발표가 있던 날인 15일에도 강절마을의 울력은 계속되고 있었다.

인구 30여명 중 65세 이상이 80%이고 그 중에서도 할머니가 20여명인 강절마을. 이들 노인들이 4년 동안 계속하고 있는 주민 울력이 강절마을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로 만들어 내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4년 전 강절마을 사람들은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하고, 돌아오고 싶은 마을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후 마을 울력만도 500여회를 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한 강절 주민들의 마을가꾸기 사업은 올해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한 참살기 좋은 마을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고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잃어버린 돌담과 옛 지명을 찾기 시작했다.

그 흔하디흔한 돌들이 노인들의 손에 들려지고 그 돌들이 그림 같은 돌담으로 변하면서 주민들의 모습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첫 변화가 마을에 대한 소중함, 이젠 누구도 담배꽁초 하나, 비닐 한 장 마을에 버리는 사람이 없다. 마을 골목길을 그저 걷는 사람들도 없다. 돌멩이 하나 주워보고 마을 어디를 더 손봐야 하는지 둘러보는 것이 일상사가 됐다. 또 다음날 무엇을 해야 할지 회의도 필요 없다. 주민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실천한다. 그리고 밤이 되면 모두 회관에 모인다. 특별히 할 일도 없는데 그저 같이 있으면 좋고 기쁘기에 또 만나고 만난단다.

두 번째 변화는 강절마을 생긴 이래 주민들이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이다. 자신들이 해낸 일이 마을역사에 남을 만큼 대견스럽고 감동스럽게 느껴진다는 강절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생기가 넘치는 것도 또 하나의 변화이다.

70~80줄인 우리도 해냈다는 자부심과 긍지가 마을민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그들의 얼굴에 생기와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다.   

"참살기 좋은 마을을 가꾸려고 우리는 먼저 마을의 보물을 찾아 나섰어. 자연이 살아 있는 마을, 옛 전통을 복원하는 것이 마을의 보물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진짜 보물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어"

마을을 가꾸면서 서로 간에 확인된 믿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 그 속에서 너무도 소중하게 얻은 마을의 공동체문화,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이가 마을 사람들이라고 밝힌 임두재 추진위원장.

자신들 모습 속에서 진정한 보물을 발견한 강절마을 사람들의 기나긴 마을 가꾸기 여정은 끝이 없다. 이젠 집집마다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고 된장이 맛있는 집, 마당이 깨끗한 집 등 자신만의 특기를 살린 집안 만들기에 도전한다.

죽는 순간까지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사업을 하겠다는 강절마을 사람들, 내가 아닌 후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들의 감동이 사람들을 강절마을로 불러들이고 있다.
한편 강절리의 참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은 18일 행정안전부에서 모범사례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