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방담 - 원로에게 듣는다 | ||||||||||||
정광훈 "천박해진 정치판 부끄럽다" 김창섭 "해남에 건강한 사회단체 아쉽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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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지역사회를 지켜온 원로 김창섭(72·해남신문 창간추진위원·초대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정광훈(71·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씨 두 분이 지난해 12월 26일 본사 회의실에서 만나 선거의 해를 맞아 새 아침을 여는 덕담을 나누었다. 잘 사는 해남을 염원하던 두 분은 마침내 해남의 혼탁한 선거문화를 염려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또 그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은 없는가. 두 분이 풀어놓은 소회를 간추려본다. <편집자 주>
△김창섭=그래. 우리가 만난 지 1년도 넘은 것 같네 그려. 내게 서운한 게 있나 하는 생각도 했어. 기별이 없어서. 아무튼 반갑네. △정=개혁이다, 변혁이다 사회운동 한답시고 바쁘게 살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초창기에는 우리 사회운동 멤버의 활동이 활발했는데 요즘에는 방향을 바꾸어 외도도 많이 했지요. 그래서 운동의 힘도 많이 약해지고 구심점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잡아 제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는데 잘 되지 않습니다. 반성 많이 합니다. △김=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이 다 그래. 살아가는 데도 때(시간)가 있는 거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사람살이 아니겠나. 올해가 선거의 해라는데 선거도 마찬가지 이치라고 봐요. 선거날짜까지 어떤 형국이 우리 앞에 놓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염려되기도 해요. △정=선거란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선거철만 되면 천박해지는 우리네 풍토가 더 큰 문제입니다. 돈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보니 부정함이 판을 칩니다. 우스갯소리 하나 할까요. 해남군청 앞 소나무는 세계 제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해남을 통솔하는 지자체장은 어떻습니까. 그동안 우리 손으로 뽑았는데 순탄하게 넘어지지 않고 가는 사람 별로 없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선거하는 풍토 때문입니다. 정치적 이념은 없이 선거철만 되면 물밑에서 활동하는 선거 꾼이 없어져야 합니다. △김=공명선거 없이 민주주의 발전이란 기대할 수 없습니다. 특히 지방자치시대에는 공명선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요. △정=맞습니다. 누가 당선권에 드는가를 저울질하고 누가 돈을 더 많이 쓰는가를 겨냥해서 선거 꾼이 줄 서는 형국입니다. 그렇게 해서 당선되면 나중에 그 돈을 어떻게 해서든 보전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자치 행정과 선거문화는 먹이사슬로 엮어집니다. 유권자도 후보자도 똑같이 타락했다고 봐야 합니다. 선거 꾼에 의해 조작된 돈 선거에 유권자가 동조하는 것이 동반 타락 아닙니까. 이것이 뿌리 뽑히지 않으면 해남의 미래는 보장 못합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자치단체장은 사업자가 아닙니다. 행정가입니다. 사무행정을 통해 군민들에게 복지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오늘날 행정은 사업자와 결탁한 리베이트 챙기기가 먼저 아닌가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돈이 사람 이겨 선거문화 타락 △김=그동안 해남군수의 중도 낙마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군정도 맥이 끊기고, 이어간다 해도 처리의 속도나 사업진척 자체가 이완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손해는 모두 우리 군민의 몫이지요. 재선거비용도 우리 돈입니다. 그걸 깨닫지 못하고 우리 모두 방관하고 있는 것 아닌가도 반성해 볼 대목입니다. 아까 말씀대로 선거풍토는 혼탁해질 대로 혼탁해져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정화되긴 힘듭니다. 그렇다해도 지역 언론이 선도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해남신문이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선거철에 임박해서만 관심 가질 게 아니라 평소에도 작게라도 공지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갔으면 합니다. △정=앞서 선거 꾼에 의해 조작된 돈 선거 풍토를 염려했었는데 여기서 조작이란 언론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는 것도 덧붙입니다. 광고주에 의해 휘둘리는 풍토 말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봅니다. △김=언론도 몫이 있지만 범군민의식화와 그에 따른 실천도 중요합니다. 가칭 '부정선거방지연구소'라도 만들어 감시단으로 상설화해 지속적인 선거문화 계도운동을 전개하면 어떨까요. 군이 나서서 하면 좋겠지만 안 되면 군민 모두 기금을 출연해 만드는 방법도 있겠지요. △정=지역사회 나름으로 그런 상설기구 만들어 운동으로 펼치는 것도 좋겠습니다. △김=감시단을 조직화하자는 겁니다. 마을단위로 감시단을 두고 신고 포상제도를 확대하면 혼탁한 선거문화를 가려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회단체 운동으로 이끌어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 △정=상설기구 운영도 좋은 구상입니다. 우리 지역에도 건강한 의식 가진 사람 많습니다. 그들이 의견집약체를 구성해 상시 공명선거를 의식화하도록 만들어가야 합니다. △김=감시단이라는 기구도 성공적인 정착이 중요합니다. 그게 안 된다면 아무 효용이 없습니다. 해서 감시단 참여자도 공개해서 그야말로 투명한 사회화 운동으로 이끌어내면 선거감시 기능이라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기구 운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합니다. 해남군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군비로 운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습니다. 행정차원의 운동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죠. 효과도 커지고 다른 지자체의 모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정선거감시단 조직화해야 △정=솔직히 행정이 그런 문제에 관심이나 둘까요. 예를 들어 보건의료나 농업관련 예산 투자보다는 매년 말이면 도로 공사 홍수, 살리지도 못하는 가로수 심고… 하는 것에 더 치중하는 행정입니다. 나무도 예술적으로 심어야 하는데…. △김=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예술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조경 전문가의 자문이나 컨설팅을 제대로 받아야 합니다. 그 지역의 기후조건이나 경관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업자의 로비로부터 시작되는 행정처리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땅끝 개발이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여겨집니다. △정=이야기가 어떻게 군정으로 발전했네요. 다시 선거문화로 방향을 돌려봅시다. △김=법적, 제도적으로도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선거사범 처벌은 더 강화돼야 하고, 선거사범은 공소시효를 없애야 합니다. △정=돈 이야기 나왔으니까 우리 진보운동가들은 돈이 없어서 정치 못하지요. 돈 선거의 사례를 우리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시대에 기초의원이든 광역의원이든 돈 가진 사업자가 당선된 사례가 그렇습니다. 일부 초창기 소수의 정의파가 그렇게 해서 방향을 선회한 경우가 많지요. 정권에, 권력에 영합하는 것 말입니다. 그렇게 된 경우 수명이 길지 않는 경우도 여럿 봤지만 아직도 그런 정치판을 향해 군침 흘리는 사람 많습니다. 진보운동단체도, 그들 자신도 초심을 잃어버리고 변질되고 만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여기서 바로 견제세력이 중요합니다. 비정당정치세력이 연합하면 건강하고 튼튼한 조직으로 역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요즘 해남에서는 한계점이 보입니다. 구심점의 역할이 없다는 겁니다. 사회운동 단체는 물론이고 정당도 구심체가 안 보입니다. 지금 해남 정치판에서도 의식화되지 않은 대중들이 출세지향주의에 편승해 외양상 성공(?)한 케이스가 몇 명 되지요.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합니다. 천박해진 그들을 보면 부끄럽기조차 합니다. 비정당정치세력 연합 견제역할을 △김=1980년대 민주화를 지향하던 세력이 지금은 아예 소멸됐다고 봐야지요. △정=제가 서울에서 진보운동을 많이 했는데 해남처럼 민주화를 지향하는 좋은 조직이 전국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조직을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이를 이어내서 살려나가는 것이 우선 내가 풀어야 할 숙제이고, 지역사회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건강한 집단이 건재하면 토호세력이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됩니다. 건강한 해남사회를 반드시 만들 겁니다. 거기에 언론이 힘을 뒷받침해주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이념의 통일화도 중요합니다. △김=그래서 선거감시단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선거 꾼의 동향만 파악해도 1차적인 효과도 있는 것 아닙니까. 처음부터 어떤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시켜 나가면 됩니다. △정=문제는 선거조직은 언더(under)조직이라는 겁니다. 반대로 우리 운동조직은 오픈(open)조직입니다. 그래서 오픈된 조직의 활동이 중요합니다. 자연발생 오픈조직이면 더 바람직하지요. 이는 건강한 사회단체가 핵심이 되어 그 출구 역할을 해 주어야 하는데 현재 해남에는 그런 건강한 사회단체가 없는 게 한계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기층민중이 강해져야 한다는 겁니다. 임의 연대조직, 즉 비정당연대세력의 조직화를 다시 강조합니다. 자연발생조직이면 더 좋겠지요. △김=사회운동조직도 지지를 받지 못하면 운동으로 성공 못합니다. 어떻게 그 지지를 이끌어내느냐는 아까 말씀한 대로 구심점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해남에는 지금 지지를 이끌어낼 만한 사회단체 역할이 없는 게 많이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정=진보연대나 사회연대 조직을 만들어낼 겁니다. 물론 이는 지역사회에 국한되기보다 전국화, 즉 전국조직의 단일화로 연결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변혁이 이루어지고, 또 그렇게 됐을 때 건강한 지역사회도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연대조직의 사회의식화라고 할까요. △김=사실 보수만큼 좋은 게 또 있겠습니까. 그 역할만 제대로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진보세력이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한 때입니다. △정=앞서 형님께서 해남신문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셨는데요. 그렇다고 해남신문 에게만 책임 지울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잘하지 못하면서 언론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면 되겠습니까. 다만 언론은, 해남신문은 선전기관(propaganda) 역할만 충실히 해주기를 바랍니다. △김=해남이라는 좋은 토양에 잡초만 무성한 꼴입니다. 그렇지만 그 사이사이에 올곧은 열매가 끼어 있는 것도 부인하면 안 됩니다. 바로 누구든 인정하는 중심세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세력들의 구심체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사람이 하는 일에 반드시 희망이 따릅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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